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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된 개발(노동)자

책상에 손으로 머리를 괴고 지쳐 있는 사람
Photo: Vitaly Gariev · Unsplash

언제부터인가, 개발자들은 사내에서 짐이 되고 있지 않나?

By @coldsurf2026.04.17Engineering@coldsurf사람이 직접 쓴 글

개발시장은 원래부터 아름다웠나?

전통적으로, 정말 한국의 초기 개발 시장으로 올라가 보면 초기에는 3D 개발자 시절이 있었다. Difficult, Dirty, Dangerous. 즉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야기이다. SI 시장은 전통적인 3D 업종으로 불리웠던 것 같다. 아무리 개발을 잘해도, 개발 능력과는 별개로 야근이 많고 갑/을/병/정 구조에서 찍어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붐이 한국에도 찾아왔다. 개발 시장의 가장 큰 붐이었을 것이고, 추후 이러한 버블 겸 붐은 앞으로도 찾아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때에 3D로 취급받던 개발인력들은 스타트업에서 개발자 모시기 호황으로 인해 나름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것 같다.

개발자들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인력으로 취급받았고,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으면 너도나도 더 좋은 개발자 모시기에 급급했다. 이 시기로 인해 컴퓨터 공학 전공이 인기를 얻게 되었으며, 원래 개발직군이 아닌 사람들도 비전공으로 전향을 하여 개발자로 전직을 가장 많이 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그 시기가 아름다웠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버블은 터지기 전에 가장 큰 원을 그리는 법. 하지만 이렇게 개발 시장이 한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될지는 예상 못했던 것 같다.

코로나가 풀릴 시점에서는 양적완화로 인해 돈을 풀게 되면서 스타트업에서도 투자 붐이 일어났다. IT Product 기반의 다양한 B2C를 대상으로한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그로인해 이전보다 비교적 많은 양의 경제자본이 스타트업으로 투자되었다.

경제자본이 몰리는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다. 그때부터 개발자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었던 것 같다.

개발자, 직업으로써 가능한가?

나는 군대를 전역 후, 전공이 컴퓨터 공학 쪽이라 어떻게든 전공을 살려보는게 좋겠다 싶어서 F 모 학원에서 실무강의를 몇개 들었다. NodeJS관련 강의와 React 관련 강의들이 가장 와 닿았었고, 아 이 정도면 한번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토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름의 경험들을 쌓아갔고, 크게 어렵지 않게 개발시장에 조기졸업으로 진입했다.

내가 경험한 개발자, 즉 스타트업의 개발자는 다음과 같은 패턴을 그리고 있었다.

  • 전통적으로 개발 실력이 좋은 부류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N사 등 대기업 급에서 검색 솔루션을 만드는 등의 딥테크 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 비교적 신흥 세력이나 센스가 좋은 개발자는 좋은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더 구체적으로는 서비스 감각이 있는 개발자는 좋은 B2C 프로덕트를 갖고 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들어갔던 것 같다. 여기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실력을 쌓고 이직을 하는 루트를 반복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 개발 시장은 비교적 다른 직군보다 잦은 이직이 허용되는 직군으로 인식 되고 있었다.
  • 이전 회사의 스펙이 다음 회사로 이직할 때에 필수적이었다. 그렇기에 개발자들은 회사를 잘 만나야 했다.

현재의 개발시장은 다음과 같이 변했다.

  • 개발자가 갑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 잦은 이직은 이제 적은 충성도로 인식되고, HR 등에서 안좋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실력을 알아보기 전에 HR에서 걸러지는 경우도 많다.
  • 과거에 개발 직군이 잦은 이직을 하다보니 레퍼런스 체크도 필수가 되었다.
  • AI의 등장으로 인해 매출을 만들기 위해 필수였던 개발자들이 필수가 아닐수도 있게 되었다.

결국 술래잡기 하던 도중, 갑자기 너무 동떨어진 곳에 있던 개발자는 술래잡기 게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꼴이다. 비단 이것은 개발 시장 뿐 아니라, IT 프로덕트를 만드는 모든 직군에 해당할 것 같다. 갑자기 술래가 땡!을 치자, 그 순간 안정적인 직장에 있던 인력과 아닌 인력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비교적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색깔이 탁월한 인력들은 여전히 진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시기에 비해 비교적 상황이 많이 어려워 진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개발자 정말 직업으로써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지 좀 된것 같다. 직업으로 유지되려면 계속적인 채용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개발자는 솔직하게 몇 남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든다.

그렇다면, 직업. 이전과 같을까?

직업으로써의 개발자에 대해 미묘해지는 시기가 왔다. 그렇다면 직업이란 개념도 이제는 바뀌지 않을까? 그 많은 개발 인력은 아직 젊다. 살아갈 날이 많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직업이라 함은, 평생 직업이었다. 이미 그 평생 직업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한지 좀 된 것 같다.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유튜브가 가장 많은 지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결국, 직업은 내가 속한 조직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할 수단으로 바뀌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하나의 전공과 주된 기술을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역할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개발자로 따지고 보면 다음과 같다.

  • 이전에는 개발 자체에 감각이 있으면 좋은 개발자로 모셔갔다.
  • 지금은 다르다. 일로써 어떻게 개발을 잘 녹여내는지에 대한 부분이 없으면 연봉 상승이 어렵다.
  • 개발 자체만 잘하는게 아니라, 자신만의 특색이 있어야 하며 그 특색을 어떻게 성과로 만들어내고, 결국 회사의 매출에 잘 기여할 수 있는가로 개발자의 쓸모가 측정된다.

단순 React만 잘하던 개발자에서, 이제는 Animation, UI, UX, 디자인 시스템 등으로 직군이 세분화 된다. CRUD와 인터페이스를 잘 만들던 개발자에서, 실제 트래픽을 감당가능하면서도 확장가능한 구조를 설계가능한 개발자인지 판단이 세분화 된다.

이미 직업시장은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더 나아가서는 "남들도 갖고 싶어하는 좋은 직업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레드오션이다. 결국 기본 1+1 이상으로 융합적인 인재가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할 직업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직업의 변화, 그리고 적응, 살아남기

나는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했나? 회고해보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적 부터 기본은 잘했다. 그 이상으로 가는 응용에서 항상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React라는 기술 위주로 스펙을 쌓아온 개발자로써, React나 기타 서비스적인 부분을 만들어가는 요소들은 기본 이상은 했지만, 그 이상의 부분에서 다른 개발자들과 비교해서 특출난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써의 개발자의 길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저런 부류의 스페셜리스트 개발자들은 비교적 아직까지도 좋은 대우를 받고 살아남기 쉽다. 하지만 나처럼 제너럴리스트 개발자들은 이제 연차가 쌓일 수록 두 갈래로 나뉜다.

  • 기술이 아닌 회사에 적응하는 회사 맞춤형 개발자. 오랜 기간 근속이 필수적이고 해당 회사의 도메인에 다재다능 해야한다. 회사의 대내외적인 상황에 빠삭해야 한다. 또한 직장인으로써의 사회생활 요소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 당장 돈은 되지 않지만, 새로운 분야의 도메인 지식을 파고 있는 개발자. 나의 미래는 앞으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공연 및 티켓 도메인을 파보고 있다. 원래 관심 있었던 분야라 재미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는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가면 나의 미래는 축소되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하지만 개발을 이용하여 그 위에 레버리지를 쌓는 타이틀로 캐릭터를 쌓아나가면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길이 없다. 지금 직장은 가지고 연명하고 있지만, 추후 이 연명기간이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미래에 대응하기

직장인으로써 개발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협업이었던 것 같다. 사회적인 요소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뷰를 남들에게 관통하기가 항상 쉽진 않았던 것 같다. 직장에서는 서로 협업구조로 손발을 맞추어 일을 하는데, 누구의 잘잘못이라기 보다는 내가 가진 뷰와 상대방이 가진 뷰의 차이가 자주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은 큰 흐름을 보려고 한다. 그러한 작은 부분은 맞추어갈 수 있는 사람과만 하려고 한다. 그런 사소한 의견 차이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순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 혼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작업들에 더 집중하고 있다. 남이 정의한 문제가 아닌, 내가 정의한 문제를 가지고 내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굳이 불필요한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순수한 방식으로 아이디어와 실행이라는 것을 수단삼아 만들어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내가 알던 예전과 같지 않다. 비교적 많이 복잡해졌고, 의사결정 하나를 내리려 해도 부가적인 요소들을 많이 고려해야 한다. 모두가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기 때문에 정도가 없고, 변수가 많아졌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에서 잘 되면 내탓, 못 되면 네 탓으로 돌리는 요소들이 많이 보이니, 굳이 위험하게 나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기 것이 없으면 미래에 대응하기 힘든 것 같다.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척"하는 것은 쉽지만, 남들이 내가 척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더 쉬운 세상이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엇인가를 조금씩이나마 만들어 가다보면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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