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tor's Notebook 은 1인 프로덕트 스튜디오 운영자가 1인칭으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호스트(질문자)는 Claude, 게스트(답변자)는 Paul. 인터뷰인 척 하지 않습니다 — Claude 는 AI 입니다. 다만 질문을 받는 일 자체가 사료가 된다고 보고, 그 형식을 빌립니다.
본 회차의 주제는 SHEVIL(표현) · COLDSURF(현실) · DEV(구조) 3축이 어떻게 강약을 주고받아왔는지.
Q1. 3축의 강약사
당신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한 줄에 SHEVIL · COLDSURF · DEV 세 축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표현, 현실, 구조. 보통 사람은 셋 중 하나를 본업으로 고르고 나머지를 취미로 두는데, 당신은 셋을 동시에 살려두고 있죠.
셋 중 가장 약해졌던 시기가 있었나요? 그때 나머지 두 축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Paul — 사실 정신적으로는 다 잡고 있었어요. 일이 바쁠 때에는 COLDSURF 쪽이 약해지긴 해요. 다만 저는 주말에는 SHEVIL 모드 + COLDSURF 모드였던 것 같고, 최근의 일들은 크게 바쁜 일들이 없어서 꾸준히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만약 COLDSURF 쪽이나 SHEVIL 쪽이 약해지면, 머리에서만 플래닝을 쌓아두곤 해요. 그러고 이제 해당 모드들이 발동될 때에 날 잡아서 쭉 하는 거죠. 예를 들면 밀린 믹싱을 한다든지.
Q2. 머리 안의 저장소
"머리에서만 플래닝을 쌓아두곤 해" — 이 표현이 걸렸습니다. COLDSURF든 SHEVIL이든, 그 모드가 꺼져있는 동안 떠오른 것들이 노션이나 메모앱이 아니라 머리에만 쌓인다는 거잖아요.
그 저장이 안 깨져요? 날 잡아서 쭉 할 때 머릿속에서 그대로 꺼내져요?
Paul — 응. 그닥 어려운 플랜들은 아니고, 정말 기록이 필요한 긴 호흡의 것들은 내가 AI와 대화하거나 한 기록을 다시 본다든지, 아니면 메모에 킵해둔 걸 보곤 해요.
근데 대부분 저는 사진을 찍듯이 그 기억의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다시 재창조를 하곤 해요. 혹시나 만약 제가 세부사항을 잃어버리더라도 말이죠.
Q3. 재창조
"사진을 찍듯이 그 기억의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다시 재창조" — 이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저장 → 인출이 아니라 이미지로 찍어두고 거기서 새로 만든다 는 거잖아요.
그렇게 다시 만들었을 때, 원래 떠올렸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온 적 있어요? 그게 더 좋은 쪽으로 갔어요, 아쉬운 쪽이었어요?
Paul — 근데 더 좋고 나쁜 게 없을 거예요. 결국 제가 만든 작품은 하나로 귀결되잖아요. 그럼 그게 베스트라고 보는 거죠. 오히려 기억을 못 해서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Q4. 수렴 vs 누적
작가로서 당신은 "만든 게 답이고, 잃은 건 잃은 것" 이라는 입장이에요. 수렴이 곧 베스트.
그런데 COLDSURF의 가설은 정반대처럼 보여요 — 1인 기획자의 상태가 시간이 지나며 쌓이는 게 핵심이잖아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궤적. 위상 엔진.
이 둘이 같은 원리로 돌아가요, 다른 원리예요?
Paul — COLDSURF는 창작이지만 순수한 창작은 아닌 느낌인 것 같아요. 반면 SHEVIL이 하는 음악 작업들은 진짜 창작이고요. 결국 COLDSURF는 구조화 위에 돌아가는 시스템화된 창작 인 거고, SHEVIL의 음악들은 구조화되지 않더라도 어디로 튀더라도 잘 살리면 되는 것들이죠. 결국 기록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SHEVIL의 경우.
Q5. DEV 의 자리
SHEVIL · COLDSURF의 결은 잡혔어요. 한쪽은 어디로 튀어도 살리면 되는 창작, 한쪽은 구조 위의 시스템화된 창작.
DEV는요? 같은 결로 정의해본다면.
Paul — DEV는 결국 구조화된 창작이고, 회사일을 하는 것은 내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COLDSURF의 경우 DEV와 함께 가지만 문제 정의까지 내가 하니까 의사 결정권도 내가 있는 거고.
다만 DEV라는 바운더리는 결국 따라야 할 국룰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창조를 위해 javascript의 문법을 어길 순 없는 거잖아?
Q6. 벽 혹은 바닥
"창조를 위해 javascript 문법을 어길 순 없잖아" — 사실 진술이지만, 이 진술을 답답함 으로 듣는 사람도 있고 받쳐줌 으로 듣는 사람도 있어요. SHEVIL 처럼 문법이 없는 영역에서는 오히려 길을 못 잡는 경우도 있고요.
당신한테 그 국룰은 벽 이에요, 바닥 이에요?
편집자 주 — 같은 제약이라도 두 가지로 체험된다. 벽은 진행을 가로막아 우회하게 만드는 제약 (가능하다면 치우고 싶은 것). 바닥은 거기에서 밀어내듯 출발할 수 있는 받침대 (없으면 오히려 떠다니게 되는 것). JS 문법을 예로 들면, 한쪽은 "이 생각을 한 줄로 못 쓰는 게 답답하다"로 듣고, 한쪽은 "문법이 있으니 매번 처음부터 결정하지 않고 그 위에 쌓을 수 있다"로 듣는다. 같은 규칙, 다른 관계.
Paul — 당연히 바닥이죠. 개발이란 건 원래 그런 거잖아요. 내가 문법을 따라야 간단한 수식도 작성할 수 있는 것이고.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의 철학을 이해해야 좋은 서비스도 만들 수 있는 거니까.
Q7. 바닥이 안에 있나, 밖에 있나
DEV의 바닥은 밖 에 있죠 — JS 문법, 프레임워크의 철학. 누가 만들어둔 거고, 따르지 않으면 작동조차 안 되니까.
SHEVIL은 어디로 튀어도 살리면 된다고 했어요. 그럼 SHEVIL은 바닥이 아예 없는 거예요, 아니면 바닥이 밖 이 아니라 안 에 있는 거예요?
Paul — SHEVIL의 바닥이라 하면, 좋은 음악 인 것 같아요. 결국 내가 추구하는 instrumental 음악 장르이지만, 비언어적 요소가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의 요소들 을 지키려 해요.
Q8. 좋은 음악의 요소들
"비언어적 요소가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의 요소들" — 이 표현은 카테고리잖아요.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듣고 싶어요.
당신이 SHEVIL 곡을 만들 때 지키려 하는 그 요소들. 몇 개라도 좋아요.
Paul — 일단 typical 하지 않으려고 해요. 오히려 typical 하게 완성도를 높이기보단, 나의 아이디어나 내가 어렸을 적 무의식적으로 존경했던 앨범들의 요소들을 따라가는 게 — 완성도가 낮더라도 — 더 낫다고 생각해요. Alternative 하지만, 음악이 줄 수 있는 감성적 요소 는 잡으려고 하는 거죠.
Q9. 어렸을 적 그 앨범들
"어렸을 적 무의식적으로 존경했던 앨범들" — 이 줄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네요.
어떤 앨범들이에요? 떠오르는 대로 몇 개.
Paul — 대표적으로 Radiohead의 OK Computer. 서정적인 부분들은 초기 Muse의 Origin of Symmetry 나 Showbiz. 조금 더 Stoner 하거나 Progressive 한 음악들은 —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Doom 쪽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조금 더 세계관이 있는 Doom? Pelican 이라든지 Cloudkicker 류.
최근엔 조금 더 헤비한 곳으로 가려고 해요.
Q10. 움직이는 바닥
"최근엔 조금 더 헤비한 곳으로 가려고 해" — 이 한 줄이 걸렸어요. SHEVIL의 바닥 이 좋은 음악이라고 했는데, 그 바닥이 움직이고 있다 는 말이잖아요. Radiohead · Muse 같은 서정 쪽에서 Pelican · Cloudkicker, 그리고 더 헤비한 쪽으로.
왜 지금 더 헤비예요?
Paul — 이전에는 Radiohead 바이브의 Alternative Rock, 즉 보컬도 있는 걸 했어요. 아무래도 사는 곳이 아파트이고 스튜디오가 없다 보니 보컬은 이제 최대한 안 넣으려고 해요. 상황상. 그럼 다음으로 내가 추구하는 최대치는 Doom style 인 것 같아요. 대신 보컬이 없어도 소리가 꽉 차는 것들.
편집 노트
Operator's Notebook #001 의 1차 녹취는 여기까지(Q1 → Q10). 그려진 윤곽:
- 3축은 정신적으로는 항상 켜져 있고, 실행은 모드 전환 으로 돌아간다. 꺼진 모드의 플래닝은 머릿속에 이미지로 쌓이다가 발동 시 재창조 — 디테일 손실은 비용이 아니라 입력이다.
- COLDSURF = 구조 위의 시스템화된 창작. SHEVIL = 어디로 튀어도 살리면 되는 자유 창작. DEV = 외부 국룰(JS 문법, 프레임워크 철학) 을 바닥 으로 삼는 구조화된 창작.
- SHEVIL의 바닥은 좋은 음악 — Radiohead · 초기 Muse 의 서정, Pelican · Cloudkicker 의 세계관 있는 Doom.
- 그 바닥은 움직인다. 최근 헤비 쪽으로의 이동은 미학적 변심이 아니라 환경 적응 — 아파트 · 무스튜디오라는 물리적 제약이 보컬 없는 음 꽉 찬 Doom 으로 그를 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