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SURF
ALBUMS COLDSURF Pick #004 · 리뷰

neumann

2025

스무 해 전 stoner 에 각인된 귀가 심사위원보다 먼저 반응한 음반 — 부산발 둠/스크리모/슈게이즈, James Plotkin 마스터링

장르Doom / Screamo / Shoegaze
레이블The Ghost Is Clear Records
리뷰 · 2026.04.23
들어보기Bandcamp

당신이 열몇 살에 각인된 음악이, 평생 '진짜'를 판별하는 귀가 된다

baan의 neumann을 듣자마자 알았다. 논리가 아니라, 20년 전 각인된 귀가 저 혼자 반응했다.

당신에게도 각인의 장르가 있다.

열몇 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던 때에 몸에 새겨진 소리. 영화 트와일라잇의 "각인"처럼, 그건 취향이 아니라 기준이다. 그 뒤로 당신이 "이건 진짜다"라고 느끼는 모든 순간은, 실은 그 각인이 자기를 알아보는 순간이다. 판단이 아니라 반사.

내 각인이 뭔지부터 말하겠다. 그래야 이 다음이 증거가 된다.

각인

내 음악 여정의 뿌리는 Stoner Rock이다. QOTSA, Melvins, Clutch — 90–00년대 Stoner Rock의 대미를 장식한 밴드들. 나는 이 곡들을 커버하며 기타를 배웠고, "좋은 음악"이라는 내 취향의 기준을 통째로 여기서 받았다.

그러니 이건 장르 취향이 아니다. 어렸을 때 박힌 각인이다. 한 번 새겨지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반사

baan의 neumann을 처음 들은 장면이 아직 선명하다.

다 듣기도 전에 나는 호주에 사는 기타 선생님이자 유일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Found a new good Korean metal band. https://baan1.bandcamp.com/album/neumann"

바로 밴드캠프에서 음반을 샀다. 다음 날 친구도 샀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 둘 다 판단하지 않았다. 반사했다.

baan은 밴드캠프 bio에 자신들을 이렇게 적어놨다.

Doom but not boring Screamo but not crying Hardcore but not macho Shoegaze but not sucks

Very Alternative. 이런 철학을 가진 한국 밴드를 만날 날이 오다니. 이 음반은 곧장 Pelican의 Australasia와 Cloudkicker의 Fade를 불러세웠다. 각인된 귀는 계보를 이렇게 알아본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baan을 알게 된 계기가 재밌다.

이직한 직장에 힙합을 좋아하는 동료가 있었다. 어색함을 풀려고 힙합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대화가 한대음(한국대중음악상)까지 흘러갔다. 그가 좋아하는 비프리라는 래퍼의 수상 음반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2월 말이었고, 한대음 웹사이트에는 2026 노미네이트가 걸려 있었다. Heavy 장르에 baan의 neumann이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듣자마자 알았다. 진짜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Heavy 장르에서 baan이 수상했다. 각인된 귀가 심사위원보다 먼저 반응한 것뿐이다.

같은 귀들

neumann 크레딧에 이런 글자가 박혀 있다. mastering by James Plotkin.

내가 음반을 보내주자, 호주 친구가 먼저 Plotkin 이야기를 꺼냈다. 그들 밴드의 마스터링도 Plotkin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엄청난 디스코그라피를 가진 인물이다.

각인은 국경을 넘어 서로를 찾아낸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고, 진짜를 아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사람에게 도착한다.

각인된 세대

여기서부터는 당신 이야기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음악인들이 한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처럼 Radiohead를 들으며 제3의 눈을 떴을 것이다. 90–00년대의 좋은 음악에 각인된 아이들이 자라, 이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음악 철학을 쓴다. 한국이 진정 문화 선진국이 되어간다는 체감을, 나는 이런 순간에 받는다.

아쉬운 건 그 발전이 Alternative 쪽에 치우쳤다는 것. 그런데 baan이 Heavy·Stoner 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러니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각인은 무엇이었나. 그 귀는 지금도 진짜를 만나면 저 혼자 반응하는가 — 아니면 언제부턴가 조용해졌는가.

Keep going baan, go neuMANn!!!!

COLDSURF Pick #004 · neumann 리뷰 · Reviewed by
DoomScreamoShoegaze2025The Ghost Is Clear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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