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lourious Basterds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일 때 — 알도 레인의 사적 정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일 때
개떼들: 사적으로 뭉친 자경단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브래드 피트, 크리스토프 발츠, 멜라니 로랑, 마이클 패스벤더, 다니엘 브륄 등 거장 감독과 좋은 배우들이 모여 만든 나치 시대극입니다.
극에서는 2차 세계 대전 도중 나치를 물리치고자 하는 일명 "개떼들"을 조직하여 나치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탕합니다. 개떼들은 대의나 정의를 위해 뭉쳤다기보다는, "받은 만큼 돌려주자"라는 것을 중심으로 일종의 자신들만의 정의를 추구하는 자경단 같은 집단입니다.
소위 말해, 스타트업 같은 조직이며 결국 상부의 명령 하달하에 움직이긴 하지만 DRI를 가지고 각자 구성원들의 개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나치 소탕 작전을 이어갑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알도를 중심으로 나치에게 당한 사람들이 뭉쳐 의기투합하여 작전을 짜고,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나치들을 처벌하며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악명 높은 처벌 방식으로 나치들의 정신적인 부분까지 장악합니다. 이들의 목적은 순수한 정의를 위함이 아닐 겁니다. 사상과 대의를 위하여 움직이는 인물들이 아닌, 소규모 자경단과 같은 군단으로서 사람 대 사람으로 저질러서는 안 될 짓을 한 집단을 근본적으로 처벌합니다.
따라서, 무엇인가 규격화된 조직이 아니고 그때그때 기지를 발휘하여 작전을 수행하기도 하며, 영화에서 보여주는 작전들의 과정도 꽤나 신선합니다. 그들은 군대에 속하여 다수 중 한 명이 되는 것이 아닌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조금 더 자유도를 가지고 나치를 처벌하기를 원하지요. 일종의 사설 별동대 같은 느낌인데, 공식적으로는 군대에 속해 있지만 또 완벽하게 군대의 룰을 따르진 않습니다.
Best Scene: 아니, 그 정도는 아닐걸. 그냥 욕 좀 먹겠지. 나 예전에도 욕먹어봤어.
이로 말미암아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씬은 바로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 장면은 단순히 알도 레인이 “약속을 어겼다”는 개그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주제를 압축하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에 한스 란다는 나치를 배신하고 연합군과 거래합니다. 그는 전쟁을 끝내는 데 협조한 대가로 처벌받지 않고 영웅처럼 살 수 있는 미래를 원합니다.
그때 란다가:
“You’ll be shot for this!” (이러면 넌 처벌받을 거다.)
라고 말하자, 알도는:
“Nah, I don’t think so. More like chewed out. I’ve been chewed out before.” (아니, 그 정도는 아닐걸. 그냥 욕 좀 먹겠지. 나 예전에도 욕먹어봤어.)
라고 답합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가장 재밌는 주제가 드러납니다.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지요.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저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이다 씬입니다. 이 장면이 재밌는 이유는 아래에 서술하였습니다.
1. 규정보다 자신의 정의를 택한 점
알도는 군인입니다. 상부는 이미 란다와 거래를 했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면죄부를 줄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도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에게 란다는 단순한 패전국 장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죽인 ”유대인 사냥꾼”입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갑자기 깨끗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부 명령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않지만, 란다의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새겨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깁니다.
2. 영화 내내 반복된 “표식”의 완성
영화 초반부터 알도는 나치 포로를 살려줄 때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새깁니다. 이유는 ”유니폼을 벗어도 네가 누구였는지 숨길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한스 란다는 영화 내내 가장 영리하게 살아남은 인물입니다.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는 아예 승자 편으로 갈아타서 새로운 인생을 얻으려 합니다.
알도는 그걸 막습니다.
“너도 결국 똑같다. 절대 과거를 벗을 수 없다.”
라는 선언인 셈입니다.
3. 타란티노의 역사관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에서 실제 역사를 바꿔버립니다. 히틀러를 영화관에서 죽여버리죠. 현실에서는 많은 나치들이 전후 사회에 섞여 살아갔습니다. 그런데 타란티노는 영화 속에서만큼은 ”적어도 이 사람만큼은 절대 깨끗하게 도망가지 못한다.”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알도가 란다의 이마를 바라보며
“I think this just might be my masterpiece.” (이게 내 걸작일지도 모르겠군.)
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Best Quote: 지난번에도 욕먹고 끝났어
저는 사실 이 영화를 아주 오래전에 본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제일 처음 제대로 이 영화를 시청한 게 근 11년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나가면서 본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본 기억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알아가며 그의 영화 한 편 한 편을 몰두해서 봤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지난번에도 욕먹고 끝났어”라는 이 대사는 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짧고 보편적인 이 대사가 가져다주는 중의적인 표현의 무게가 엄청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지난번에도 욕먹고 끝났어”라는 대사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상부가 뭐라 하든 상관없다. 이 사람만큼은 역사에서 빠져나가게 둘 수 없다.”라는 알도의 개인적 정의와 집착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사법체계가 진짜 정의를 가져다주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기도 할 겁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규율과 그 안에서 불순한 정의를 저지르며 영리하게 빠져나가는 한스와 같은 사람들을 오히려 능력으로 보고 인정하는 사회이기도 하지요. 허나, 사람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요. 여기서 사람의 주관성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결국 이 말로 이어지지요.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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