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Hail Mary
“언어 너머의 교감과 희생 — Grace와 Rocky가 드러내는 인간 고유의 천재성”
프로젝트 헤일메리
인간 고유의 천재성이 드러날 때
지구계에서 실패한 Grace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Grace는 중학교 과학 교사로 묘사됩니다. 다만, 그가 원래부터 교사가 꿈이어서 교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죠. 그는 박사였으며, 학계에서 오랜 전통에 반대하는 논문을 썼고 그에 대한 주장을 펼쳐 나갔기에 거의 그 업계에서 무시받고 추방된, 어떻게 보면 누명을 쓰고 중학교 교사로 좌천된 인물이지요. 많은 재능을 가졌으나, 그 재능을 학계에서는 무시했고 자신들과 의견이 맞지 않다는 전제 하나로 Grace를 몰아냈습니다.
하지만, Grace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재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수락합니다.
판단과 억압이 사라지자 인간의 창의성이 극대화되었고, 결국 교감으로 이어지다
영화의 첫 장면은 Grace가 우주선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됩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왜 Grace가 우주선에서 긴 머리에 수염을 깎지 않은 채로 깨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지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설명해 줍니다. Grace는 자신과 함께 온 동료 과학자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상실감을 느낄 때쯤, 다시 한번 우연한 계기로 Rocky라는 새로운 생물체와의 교감을 시작합니다.
이 교감이 진행되며, 저는 재미있는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Grace는 오히려 사람끼리 같은 언어를 쓰고 많은 부분에서 소통하기 쉬웠던 지구에서보다, 아예 새로운 생명체인 Rocky와의 교감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그의 끝없는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잇는 단어 사전부터 시작하여, 언어 체계를 만들고 결국 Rocky와 소통이 가능하게 되지요.
여기서 제가 본 역설 하나가 시작됩니다.
Grace는 지구에서 사람들과 말은 통했지만, 진정 소통을 한 걸까?
다시 돌아와, Grace의 지구에서의 생활은 사실상 실패였습니다. 그는 그의 고유성인 순수한 호기심을 좇아 과학계로 발을 들였을 것이며, 그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논문을 썼겠지요. 하지만 그 논문은 너무나도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Grace를 이단 취급하며 과학계에서는 Grace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Rocky와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그 누구도 Grace를 이념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주 안의 생명체 대 생명체로 Grace는 자신의 무기인 과학 지식과 호기심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펼쳐 보이며 Rocky와 교감을 시작합니다. 그가 지구에서 머물렀더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업적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아무도 그를 판단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환경에서, 그는 Rocky를 알아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바탕으로 그의 꿈을 펼치며 교감에 성공합니다.
우리는 서로 진정 소통하고 있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교감과 소통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Grace처럼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나라마다 고유의 언어가 있으며, 또한 국제적으로는 영어를 사용하여 소통합니다. 언어 구사력의 차이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일상적인 부분부터 학술적 부분까지 우리는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는 소통하고 있을까요?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언어적 소통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실의에 빠져 지구에서 살아가던 Grace의 죽은 눈빛이, 우주에서 전혀 다른 — 애초에 말도 통하지 않는 생명체인 Rocky와 교감하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소통은 언어 혹은 말의 문제가 아닌 교감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옳은 말을 하는 것, 혹은 바른 말을 하는 것. 너무나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다만, 그 소통들은 결국 내가 아닌 타자, 더 나아가 다른 생명체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일이지요. 결국 이 관점을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Grace와 Rocky의 관계에 빗대어 보면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언어를 써서 소통하더라도, 교감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람이 만든 언어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교감, 그리고 희생
여러 사람들의 공통적인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제에 대한 의견은 바로 희생으로 모이는 것 같습니다. 문화도, 언어도, 생김새도 공유할 수 없었던 서로 다른 두 생명체인 Grace와 Rocky는 서로를 알아가며 진정한 교감을 합니다. 그 교감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신뢰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되었고 그 사랑이 결국 서로를 위한 희생까지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같은 이념을 갖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가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재 지구에서는 감정, 문화 그리고 생김새 등을 교류하는 같은 생명체인 인간끼리도 미사일과 드론을 겨누며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합니다. 보편적으로는 소통의 부재라고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며 느낀 관점은 교감의 부재가 낳은 안타까운 현상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라는 공용어로 다른 나라 간 사람들끼리도 소통은 할 수 있지만, 교감은 할 수 없었던 인간들의 안타까운 민낯이 아닐까 합니다.
같은 인간임에도 피부색, 이념, 문명의 수준 등을 따지며 서로를 무시하고 상처 주고 억압합니다. 언어를 사용하여 객관적인 논리를 펼치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현상들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인간의 모순성을 깨닫게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적 이념, 사회적 이념, 개인적인 신념 등을 이유로 사람끼리, 더 나아가 동물들을 포함한 생명체끼리 서로가 서로를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사람들은 만들지 않았나 합니다. 이러한 사회 구조에서는 그 누구도 서로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며, 더 나아가 서로를 위한 작은 희생도 하지 않으려 하겠지요.
언어는 달라도 교감으로, 생김새는 다르지만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랑으로, 이념과 신념은 다르지만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2000년의 문명 위에 인간이 마주해야 할 가장 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알려주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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