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and Thunder
“WHITE WHALE, HOLY GRAIL — 비언어적 메탈의 우주”
빠른 것과 급한 것은 다르다
WHITE WHALE, HOLY GRAIL
대부분의 사람은 느린 걸 두려워한다. 정작 자기를 무너뜨리는 건 느림이 아닌데도.
급한 사람은 빠른 걸 실력이라 착각한다. 빠르게 느껴지는 순간 손이 앞서 나가고, 앞서 나간 손은 반드시 박자를 놓친다. 문제는 빠른 게 아니다. 빠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Mastodon은 이걸 한 곡으로 증명한다.
Blood and Thunder. 앨범 Leviathan 수록곡. 15년 전 이 곡을 배우며 나는 proper한 메탈에 입문했다. 메인 리프를 처음 손에 얹는 순간은 통과의례에 가깝다. 해머링처럼 파워코드를 계속 넘겨짚으면서, 오른손 팜뮤트는 한 순간도 놓아선 안 된다. 처음엔 이 반복이 정말 헷갈린다. 손이 하는 일과 귀가 듣는 일이 자꾸 어긋나기 때문이다.
핵심은 리프가 아니라 그 위에 앉은 드럼이다.
드러머 Brann Dailor는 스네어를 불쌍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Drumeo 영상에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보라. 기타를 배운다는 건 그 복잡한 드러밍 위에 내 박자를 얹어 버티는 일이다. 곡이 화려할수록, 버티는 쪽이 흔들린다.
여기서 함정이 열린다.
이 곡은 빠르게 들린다. 그런데 막상 기타로 쳐보면 그렇게 빠르지 않다. 슬러지도 아니고, 꽤 빠른 박에 속해 보이지만 실제 속도는 착각이 부풀린 것이다. 빠른 느낌에 속아 내 맘대로 러시하는 순간, 어느새 박자는 나가 있다. 15년을 친 지금도 가끔 나간다. :)
Blood and Thunder가 가르치는 건 속도가 아니다. 급해 보이는 것 위에서 급해지지 않는 법이다.
이게 왜 메탈에서 나오는가. Mastodon은 메탈이지만 뿌리는 Bluegrass다. 빠른 해머링과 경쾌한 리프 위에 메탈을 얹는다. 빠르면서 빠르지 않은, 반복되면서 반복되지 않는 것 — 블루그라스 특유의 그 감각이 곡 전체를 떠받친다. 솔로에서 여러 겹의 리프가 쌓일 때 그 강점이 가장 선명하다. 심플한데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Leviathan이 기술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메탈로 남은 건 이 밸런스 때문이다. 빠름과 절제가 같은 자리에서 버틴다.
이제 당신 차례다.
당신의 삶도 빠르게 느껴진다. 남들은 앞서가는 것 같고, 타임라인은 당신만 늦은 것처럼 흐른다. 그래서 손이 앞선다. 급하게 옮기고, 급하게 답하고, 급하게 산다. 그리고 박자를 놓친다. 정작 곡의 실제 속도는 당신이 두려워한 것만큼 빠르지 않았는데도.
White whale, holy grail. 이 곡의 가장 아이코닉한 샤우팅은 결국 무언가를 좇는 목소리다. 좇는 자는 늘 급하다.
오늘 당신이 놓친 박자는, 곡이 빨라서였나. 아니면 당신이 급해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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