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의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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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행위를 곧바로 순교라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주의와 인권이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 목숨을 직접적으로 잃는 순교는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헌법과 인권의 개념은 개인이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를 지켜주는 법적 권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종교의 자유, 직업의 자유, 성별과 인종에 관계없이 자신의 꿈을 좇을 권리까지도 보장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차별과 불의는 형태만 바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인종차별, 성차별, 부당한 노동 환경, 그리고 법이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현실은 우리 곁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서의 순교란 무엇일까요? 저는 순교가 단지 육체의 생명을 내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상황 앞에서 폭력이나 감정적인 대립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신을 높이려 하지도 않은 채, 오직 말씀 안에서 진리를 향한 마음을 굽히지 않는 것—이것이 순교의 본질이라 믿습니다.

순교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쉽게 모순과 부조리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때로는 모순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도 타협하지 않고 진리를 향한 마음을 끝까지 지켜내는 삶입니다.

현대에서의 순교는 ‘죽음의 사건’이 아니라 ‘삶의 태도’입니다. 불의 앞에서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진리 앞에서 타협하지 않는 그 마음이 바로 순교를 살아내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