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holic
Korean
Written by Paul
September 6, 2025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성경의 기록대로, 그 전에는 군중들이 돌아가며 침을 뱉고 얼굴을 때리는 등, 오늘날의 표현으로 하자면 집단 폭력을 당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는 ‘INRI’—“유다인의 왕”이라는 조롱이 담긴 글자가 붙어 있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과 세계관은 세상의 군중심리와 조롱 속에서 철저히 부정당한 듯 보였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큰 실패는 없습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삶의 모든 순간을 바치셨지만, 제자들은 그 마지막 순간에 외면했고, 군중들은 십자가 처형을 외치며 수치심을 더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며 째려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지고, 외모를 지적받는 것만으로도 수치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 사람의 인격과 사명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극심한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인간적인 시선에서 보면, 이는 삶의 절대적인 실패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광스럽다’고 고백합니다. 왜일까요? 세상의 기준으로는 실패였으나, 하늘의 시선으로는 모든 사명을 완수하고 인류를 구원하신 완전한 승리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온 몸을 다해 자신을 낮추시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으시며, 자신을 희생하심으로써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 그리고 부활로써 그 길이 참됨을 확증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슈퍼히어로처럼 힘과 초능력으로 구원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사람의 근본이 되는 마음을 움직이심으로써 구원의 사명을 이루셨습니다. 물론 모든 이가 그 구원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십자가에서 온 몸을 불사르심으로써 모든 인류를 구원의 초대 자리로 부르셨습니다.
오늘도 그 부르심 안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그 길 위에 서 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그것이 역설적인 영광 속에 담긴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의 길일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역설적인 영광을 통해 오늘도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신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전능한 능력을 지니셨음에도, 오히려 세상의 눈에는 ‘영광스러운 실패’로 보이는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우리의 삶 또한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순간은 어려움과 실패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실패가 어떠한 성격을 가지는가입니다. 영광스러운 실패를 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한 성공 혹은 부정한 실패를 할 것인가. 이 선택은 분명히 갈립니다.
저는 예수님이 남겨주신 고난의 유산을 이어받아, 오늘도 그분의 영광스러운 실패를 묵상합니다. 그리고 그 실패 속에 숨겨진 하늘의 영광을 바라보며, 내 삶 또한 그 길을 향해 걸어가고자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