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
Korean
Written by Paul
September 23, 2025
최근 머릿속을 가득 채운 몇 가지 화두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개발자로서의 나의 장점”이었고 두 번째는 “핵개인”이다.
뒤에 나온 핵개인부터 설명해 보자면, 핵개인은 송길영 작가님이 쓴 호명사회에서 나오는 단어이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의 키워드 “개발자로서의 나의 장점” + “핵개인”이 합쳐진 삶을 나는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굳이 “개발자”로서의 장점을 언급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요즘 세상에서는 시키는 것만 족족 잘하는 사람은 살아남기 힘든 것 같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 보자면 살아남기 힘들다기보다는 호명되기 힘들다. 결국 사회는 혼자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같이 살아간다. 이 논리는 아마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도) 그 업계에서 호명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업계의 누군가에게 호명될 만큼 많은 인사이트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내가 좋아해야 오랫동안 하나의 일을 팔 수 있다. 결국 무언가를 파려면(digging),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관심이 가고 열정이 있어야 오랫동안 파게 되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이렇게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오롯한 자립이 가능하고 비로소 그를 핵개인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누군가에게 호명이 되려면 다음을 잘 정리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 나의 장점 (더 나아가 본업에서 나의 장점)
- 내가 좋아하는 것 (더 나아가 본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나의 관심사)
-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하는 것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것)
셋 다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결국 이것이 업계로서 종속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업종 안에서 놀지 않으면, 살짝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장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집중력이 좋았다. 무엇인가 하나 쭉 파고들면 앞뒤 가리지 않고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장난감 하나를 지나치지 못해서 그 자리에서 울고불고 사달라 하는 그러한 안 좋은 습관도 있었다.
집중력이 좋다 보니,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는 남들보다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는 정말 쳐다보지도 않는 그러한 스타일이었다.
집중력이 좋다 보니, 무엇인가 잘 보는 편이었다. 사유하거나 통찰을 갖는 것을 좋아했고, 그로 인해 나오는 인사이트들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것이 음악이든, 영화든 어떤 영감을 주는 것이라면 더 좋았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본질이 무엇일까라는 것을 자연스레 생각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가짜가 되기 싫어했고, 무엇인가 하나라도 야무지게 마스터하고 싶어 했다.
다만 이러한 장점에 가려진 단점도 뚜렷했던 것 같다. 야생마처럼 무엇인가 꽂히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주변을 보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또한 극도로 예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예민함은 또 양날의 검처럼 장점이 될 때도 많았다. 또한 집중력은 좋아 어느 정도까지의 이해는 남들보다 빨리 하는 편이었지만,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은 잘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집중력, #통찰력, #영감, #예민함, #날카로움 등이 될 수 있겠다.
개발자로서의 나의 장점
위에 정리한 장점을 기반으로 최근 느꼈던 개발자로서의 나의 뚜렷한 장점은 다음과 같았다.
- 무엇인가 잘 본다. 따라서 날카로운 코드 리뷰가 가능하다. 또한,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를 잘 구분해 낼 줄 안다.
- 무엇인가 잘 파고든다. 세세한 기획이 없어도 내가 더 좋은 코드 및 프로덕트로 아이디어를 내고 다듬어 갈 수 있다.
- 예민하다. 그래서 재활용성이나 추상화를 보는 데 강하다.
- 더 큰 바운더리로는 설계에 위배되는 안티패턴을 잘 찾고, 그를 도출해 내어 나름의 아키텍처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이 장점을 갖고 조합해 보면, 다음과 같을 것 같다.
누군가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방식과 설계를 가지면서 빠르게 길을 찾아가면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
나는 분명히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선한다거나, 어떠한 도메인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에 대한 감을 잡고 그를 기민하게 이행하는 것과 함께 나만의 날카로움으로 다듬는 일은 잘할 자신이 있다.
핵개인, 그리고 나의 장점
그렇다면 오롯한 나의 장점을 가지고 핵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나의 장점으로는 어떠한 모양의 핵개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핵개인으로 한 발짝 내딛으려면 나의 관심사를 명확히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음악 및 영화 혹은 예술 분야”를 좋아한다. 이것들은 정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말에도 나의 시간을 써가면서 깊이 있게 하는 몇 안 되는 행위들이다.
거기에 나의 장점을 얹어 보면 어떠한 것이 도출되는지 궁금했다.
- 관심 분야
- #소프트웨어_개발
- #음악_영화_예술
- 잘하는 것
- #집중력
- #통찰력
- #영감
- #예민함
- #날카로움
- 못하는 것
- #깊이_있게_파고들어_도메인_전문가가_되기
- #주변을_돌아보기(회고)
이것을 쓰다 보니 드는 생각은, 나는 “도메인”을 싫어한다. 결국 어떠한 산업에 국한되어 하나만 파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즉, 그 산업을 이루고 있는 순수한 기술이나 스킬들을 좋아하고 학문은 싫어한다.
또한 그 기술이나 스킬들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 관심이 많다. (로드맵, 노하우 등)
개발자로서 굳이 따져보자면, 플랫폼 개발자인 것 같다. 내가 쌓아놓은 어떠한 기술 및 패턴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그 위에서 다른 개발자가 더 개발을 편하게 한다거나 하는 일 말이다.
또한, 학문이나 도메인을 파는 것보다는 그 학문이나 도메인이 세워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스킬이나 기술을 더 좋아한다. 조금 더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건축학은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건축에 필요한 실용적인 기술들은 배우고 싶어 한다.
건축에 빗대어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을 것 같다.
나는 무엇인가 플랫폼(집)을 짓는 것을 좋아한다. 패턴과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내가 만든 시스템과 패턴, 건축물 안에서 사람들이 만족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건축”학”은 학문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나는 그가 고안해 낸 이론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그것을 실용적이며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을 잘한다.
결국, 더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나는 판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 또한 그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집중을 즐긴다.” 어떻게 보면 오펜하이머와 같은 비슷한 결인 것 같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만든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판”을 잘 설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원자폭탄을 연구하고 만든 사람은 오펜하이머가 판을 깔아 연구를 부탁한 사람일 것이다.
GPT,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위의 글을 그대로 복사 & 붙여넣기한 뒤,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더 추가하여 질문을 던져 보았다.
위 글을 보고 Frontend Engineer라는 본진을 바탕으로 (React, React Native, NodeJS) 어떤 커리어를 이어나가면 좋겠나? #7년차
답변을 살짝 축소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집중력 & 통찰력 → 날카로운 코드 리뷰 & 설계 감각
단순 구현이 아니라 패턴,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시기에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을 만들고 제시하는 쪽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영감 & 예민함 → 재사용성·추상화·UX적 세밀함
사용자의 경험이나 팀의 생산성에 직결되는 부분을 포착해 개선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도메인 깊숙이보다는 플랫폼/스킬 지향 → 판을 깔아주는 역할
특정 산업에 종속되지 않고도, 엔지니어들이 “더 잘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쪽에서 존재감이 큽니다.
팀 전체의 생산성과 방향을 이끄는 “플랫폼 빌더 + 설계자, 플랫폼·인프라형 프런트엔드 엔지니어, 사내 UI 라이브러리, 디자인 시스템, 번들링/모듈화 파이프라인, Micro Frontends 아키텍처, Tech Lead / 아키텍트 트랙, 팀이 도메인 로직을 더 잘 풀어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 크리에이티브 테크 (음악·예술 + 개발), 공연/음악 플랫폼, 실시간 인터랙션, WebGL/Canvas/Audio API 기반의 실험적 프로젝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본진 + 예술적 영감”을 결합한 차별화 포인트
정리
“나는 판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이 말씀이 지금까지의 커리어와도 잘 맞습니다.
7년차 Frontend Engineer로서 앞으로의 방향은 플랫폼 빌더 + 아키텍트 트랙을 본업에서 이어가면서, 사이드에서는 예술+기술 교차점 실험을 통한 핵개인 브랜딩으로 잡으시면 좋겠습니다.
즉, 업계에서는 “슈퍼앱·Micro FE 아키텍처에 강한 프런트엔드 플랫폼 엔지니어”, 개인적으로는 **“음악·예술을 코드로 풀어내는 핵개인”**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밟아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본업에선 플랫폼 아키텍트로 성장하고, 사이드에선 예술+기술 교차점의 핵개인으로 자리 잡는 2축 전략이 됩니다.
마무리
결국 어떻게 하든 큰 방향은 자신이 좋아하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즉,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만큼 무언가의 경지에 다다를 수 없는 구조이고, 그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또한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나는 들러리만 된다는 뜻인 것 같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남의 들러리가 되기 위해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롯한 나만의 것, 뾰족한 나의 것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커리어 측면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일 (Design System, MicroFrontend Architecture, 대규모 플랫폼 아키텍처) 등에 노력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핵개인으로서 나의 플랫폼 (인디 씬을 위한 플랫폼, 공연 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등에 시간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 그리고 또 도전. 도전을 통해서만이 오롯한 나를 알 수 있고 또 그를 통해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