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nitus
#faith
#catholic
Written by Paul
가끔 사람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절제를 정말 잘하시네요.”
“도인 혹은 현자시군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작은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고, 부족함 많은 나약한 존재입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어려움을 겪었고, 사회생활 속 마찰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낸 경험도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과 이명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귀 건강에 항상 신경을 써 왔습니다. 밴드 합주나 콘서트장을 찾을 때에도 늘 이어플러그를 소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큰 콘서트장에서 불행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옆에 있던 관람객이 아주 큰 고음의 샤우팅을 가까이서 내지르며 왼쪽 귀에 청각 손상이 생긴 것입니다. 마침 이어플러그가 빠져 있던 순간이었죠.
그 일 이후, 저는 고음역 청력이 일부 손상되었고, 뇌가 그 공백을 메우려는 듯 삐- 하는 이명(耳鳴)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음악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원망하는 마음, 우울감, 사회와 멀어지고 싶은 유혹이 밀려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학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 들은 말씀이 제게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사라진 청력은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면 일상과 다름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의학적 조언을 넘어 심리적 위로였습니다. 그 후 저는 점차 이명에 덜 매달리게 되었고,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마음까지 치유하는 상담가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카톨릭과 다시 만나다
이런 시기를 지나며 저는 다시 카톨릭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유아세례자로, 세례명은 “바오로(Paul)”입니다. 하지만 교리를 듣지 않아 첫 영성체를 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언젠가는 성당을 다시 나가야겠다는 마음만 품고 있었지요.
이명을 앓던 시절, 성당을 찾으며 수녀님의 교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절차를 밟으려 방문했지만, 수녀님의 말씀은 제게 너무나 재미있고 깊은 공감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꾸준히 교리에 참석하게 되었고, 결국 인생의 숙원이었던 첫 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영성체 순간에는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1년 반 넘게 주일미사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드리며, 성경을 읽고 쓰는 시간을 통해 사회생활 속 어려움에 대한 지혜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이 준 지혜와 본질
저는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효율과 경쟁이 우선시되는 분야지만, 그 속에서도 카톨릭은 제게 중심을 잡아주었습니다. 직장에서 마찰이나 문제에 직면할 때, 침착하게 풀어갈 수 있는 지혜는 단순한 기술이나 경력만으로는 얻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그러했습니다. 아무리 성공과 부, 명예를 쌓아도 결국 사람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사람이 만든 것은 영원하지 않지만, 지혜와 말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영원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개발자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지금 본질을 추구하고 있는가?”
카톨릭의 말씀은 이 질문을 제 안에 자주 던지게 합니다.
실제로 뛰어난 프로덕트를 만드는 기업들을 보면, 단순히 구현에 급급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공동선(共同善)의 가치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결국 좋은 프로덕트란 본질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저는 카톨릭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었습니다. 제 믿음이 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신앙은 제 삶의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물론 살아남고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공동선을 위해 일하며 본질적인 목적을 추구하는가는 각자의 선택이자 역량입니다. 꼭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주변에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