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베르 카뮈의 『안과 겉』 – 빛과 어둠 사이의 기록

“이 책 안에서 이미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말했다.”
– 알베르 카뮈

처음 『안과 겉(L’Envers et l’Endroit)』을 펼쳤을 때, 이 얇고 조용한 수필집이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 줄 몰랐습니다.

1937년, 스물세 살의 젊은 카뮈는 자신 안에 있는 ‘빛’과 ‘그림자’를 정직하게 마주보며 이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훗날 자신이 쓴 모든 책의 근원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카뮈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에 아파했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됩니다.

『안과 겉』에서 ‘안’은 내면, 그리고 그가 자라온 가난한 환경과 고통을 뜻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필 중 하나는 「어머니」입니다.

카뮈는 글 속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어머니를 그립니다.

대화보다 침묵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존재. 고단한 삶, 청각장애,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 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과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침묵을 사랑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족의 고백이 아니라,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을 믿는 철학자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존엄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작고 조용한 생의 존속 안에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반대로 ‘겉’은 햇살과 거리, 순간의 아름다움입니다.

알제리의 해변과 거리, 아이들의 웃음, 눈부신 하늘.

카뮈는 자연을 찬미하면서도, 그것이 단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과 고통을 안고 있는 삶을 감내하게 해주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그에게 있어 빛은 도피가 아니라, 삶을 감당하는 힘입니다.

“삶이란, 우리가 그것을 사랑하는 한에서 언제나 정당하다.”

카뮈는 절망 속에서도 작은 빛을 포기하지 않으며,

죽음이 삶의 끝이라는 사실조차 삶을 더욱 사랑할 이유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안과 겉』은 문학적 기교보다 진정성과 윤리적 책임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삶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삶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사랑과 연민을 가져야 한다.”

카뮈는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안과 겉』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느리고 섬세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모든 인간이 겪는 내면의 고요한 싸움, 그리고 빛을 향한 작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만약 지금 어떤 이유로든 삶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세요.

카뮈의 문장은 말합니다.

“삶은 부조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볼 가치가 있다.”

그 진심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