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s of Kindness
Written by Paul

"우리는 과연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2024년 작품 Kinds of Kindness는 하나의 주제, 단 하나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집니다.
인간의 조건. 이 영화는 바로 그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많은 장면들을 통해, 인간이 인간으로 사는 것의 본질과 불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인간의 조건을 시험하는 세 가지 이야기
이 영화는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 보이는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이야기는 마치 인간을 실험하는 세 개의 조건처럼 작동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드러냅니다.
1. 명령에 따르며 사는 삶
첫 번째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삶을 타인의 지시에 맡긴 채 살아갑니다.
그는 질문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의지를 보류합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그는 자유를 획득하는 대신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공허함만을 마주합니다.
→ 인간다운 삶은 복종과 편의 속에선 절대 얻을 수 없다.
2. 믿음을 강요하는 사랑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실종됐던 아내가 돌아오지만, 남편은 그녀의 정체성을 의심합니다.
그 의심은 극단적인 증명 요구로 이어지고, 결국 파국을 낳습니다.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 인간다운 관계는 믿음이 아닌, 지배의 욕망 속에서 자주 파괴된다.
3. 구원을 빙자한 맹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컬트 집단이 죽은 지도자를 부활시키기 위해 ‘예언된 존재’를 찾습니다.
주인공은 헌신과 구원의 이름으로 타인을 희생시키고, 자기 자신마저도 철저히 붕괴시킵니다.
그 안에는 순수한 신앙도 없고, 단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판단을 포기한 인간의 흔적만 남습니다.
→ 인간다움은 신념이나 제도 속에서도 쉽게 지워질 수 있다.
결국, 인간답게 산다는 것
Kinds of Kindness는 이야기마다 인물들을 극단적인 조건에 몰아넣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영화적 설정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실제 삶 속에서도 무수한 순간들에서 ‘인간답게’ 살지 못합니다.
순응하고, 타인을 조종하고, 믿는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예합니다.
우리는 늘 “나는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합리화 속에 살지만,
정작 인간다움이라는 기준 앞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집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불편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도덕적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만을 남깁니다.
- 당신이 생각하는 ‘친절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당신의 ‘믿음’은 진실한가, 아니면 편의를 위한가?
- 당신은 정말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는가?
Kinds of Kindness는 이런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답을 내리기보다,
그저 조용히 불편해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말보다 훨씬 어렵고,
그 조건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