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의 부재가 가져다주는 무기력함
최근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난항을 겪는 느낌이다. 주니어 때의 패기와 열정은, 시니어가 되어가면서 점점 희미해진지 오래이고 이제는 일 보다는 개인 프로젝트가 더 재밌으니 참 큰일이다.
가장 큰 이유를 찾자면 “목표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주니어 때의 목표는 일을 더 많이 해보고 개발 도메인 내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쌓인 중니어가 되니, 이전에 했던 것을 계속 답습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상 크게 새로운 것도 없었고, 나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열정을 주는 일감들도 점점 없어짐이 느껴졌다. 결국, 이제 꿈 많던 개발자에서 안정감을 찾는 아저씨가 되어가는 느낌만 남았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감이란, 직장 자체의 안정감도 있겠지만. 부수적으로 목표의 뚜렷함, 혹은 주변의 신뢰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동료 등도 포함이 되었다. 무튼 목표가 크게 없으니 결국 안정감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 되었고, 맘 속의 도전정신도 금방 사그라 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시기를 계속 겪고 나니, 자연스레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떤 것이 지금의 나를 채워줄 수 있는가? 커리어에 있어 내가 가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무엇인가? 무의식중에 다방면으로 고민했던 것도 같지만, 한번도 선명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계속 알게 모르게 목적없이 방황하는 기간이 계속되는 느낌이었고,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무언가 나만의 비즈니스를 찾고자 했으나, 딱히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계속해온 사이드 프로젝트를 업으로 삼자니, 해당 도메인에 대한 씬이나 실제 사업에 대한 부분은 너무 몰랐던 터라 무조건 뛰어들기는 겁이 났다.
고민의 끝자락에서,
이러한 방황의 시기가 어언 3-4년 지난 것 같다. 이 방황의 시기의 끝자락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은 것 같아 이 글을 쓰고 있다.
해답의 첫 번째는 목적이었다. 커리어 초기에는 대부분 모든 것이 목적이 된다. 업계를 알아가는 경험, 초심자의 행운을 따르며 차근차근히 성과를 만들어가는 경험, 한 회사에서 연단위로 근속을 해보는 경험 등 대부분 그 행위들 자체가 목적과 성과가 된다. 4-5년만 지나도 자신만의 목적을 세우지 못하면 이러한 경험 기반의 목적은 금방 시들어드는 것 같다. 따라서 나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제 개발이 아닌, 비즈니스를 잡았다.
두 번째, 이유. 왜 이제 개발이 아닌 비즈니스를 노리는가?라는 이유는 몇 가지 동기가 있다. 한 개의 꼭지로써 “이제 너무 익숙해버린 개발”이라는 것. 또한 “경험할 것을 많이 경험했고, 답습을 하는 과정이 길어진 것” 등이 있다.
이제 대강 스타트업에 입사하면 어떤 매너리즘이 펼쳐질지 눈에 선하기도 하다. 온보딩 과정을 거쳐 수습기간을 알차게 보내면, 다시 또 번아웃이 오는 그러한 그림이 그려진다. 결국 나는 또 목적없이 개발만 잘하면 된다는 흔한 개발자의 마인드만 남아서 앞으로의 커리어를 그렇게 쌓아갈 것만 같은 그림. 회사에 출근하는 이유는 결국 월급이 되고, 그 외에는 딱히 이유가 없어져 결국 다시 또 채용 사이트를 열게되는 그런 그림 말이다.
돌아보면 이유는 간단했다. 정말 목적이 월급 뿐이었던게 아닐까? 이것은 회사의 잘못도, 주변 동료의 잘못도, 환경의 잘못도 아니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딜가든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니까.
환경적으로도 내가 원하고 가고 싶었던 회사는 이제 업계가 커지면서 내가 발을 들이기에는 너무 큰 간극이 생겼다. 그래도 노동은 해야 하기에, 혹은 생활비는 벌어야 하기에 현재 회사보다 나은 환경이라는 나름의 위로를 갖고 여러번의 이직을 했던 것 같다.
무의미 했냐 라고 물으면 그렇진 않았다. 여러 환경들을 경험하며, 삶을 배울 수 있었고. 사업이라는 뷰를 가질수 있게 되었으니 완전 무의미하진 않고, 오히려 의미를 찾아가는 중간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다
최근 들어간 회사에서는 나름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갖고 일하게 된 것 같다. 긴 무기력의 끝에서 기분이 전환되는 꽤나 좋은 현상이다! 이제는 개발이라는 수단 자체를 목적화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가진 개발 레버리지를 사용해 주변 동료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결국 효율성과 생산성의 향상은 향후 어떤 비즈니스적인 목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속한 개발 파트에서는 꽤나 내가 개발적, 비 개발적 경험을 많이 경험한 인원에 속했기 때문에 본질적인 접근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설득이 가능했다.
과거와 어떤 점이 달라졌나 돌아보면, 다음과 같았던 것 같다.
- 친목 마인드가 아닌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동료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 감정,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생겨도 회사의 목적을 생각하며 잘 대처가 가능하게 되었다.
- 과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커뮤니케이션 등의 상황에서도 회사가 잘 되기 위한 방향으로 접근하며 잘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 단순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 생산성을 올리는 것의 결과로써 비즈니스적인 비전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대충 정리하면 위와같은 비즈니스적 마인드가 생기게 된 것이다. 과거 같았으면 여기저기 반응하며 다니기만 했을 것 같지만, 이제는 쓸데 없는 곳에는 힘을 쓰지 않는다. 비즈니스적인 임팩트가 주된 목적이 되었으니 말이다.
AI에게 한수 배우다.
오늘은 우연히 ai 기반의 이력서 평가를 받았다. 재밌었다. 꽤나 기대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 살짝 모자란 점수의 이유는 공통적이었다. 비즈니스 기반의 임팩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 ai에게 한 수 배우는 날이 오다니. 내가 나의 뷰에 매몰되어 미처 인식하지 못 했던 부분이었다! 나는 나름 다른 개발자들보다 비즈니스를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걸 이제는 증빙해보고 싶다. 비즈니스 임팩트에 대한 감각을 최우선으로, 그에 대한 증빙을 말이다. 앞으로 나의 커리어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급변하는 시대이니까)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의 쿄주로처럼 나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커리어의 끝자락을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목적을 달성하며 불태워보고 싶다. (뭐 이런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말이다)
비즈니스
사실 내 경험상 비즈니스는 생각보다 멀리있지 않다.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나는 목표에 대한 의식만 명확히 서면 그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어떤 사람이 청소년기에 돈을 벌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골프장, 즉 돈 많은 아저씨들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물가에 빠진 공을 망으로 걸러 다시 골프장에 되파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근데 막상 하루이틀 해보니 물가에 가서 망으로 공을 거르는 일이 너무 고되더라 이 말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을 설득한다. "친구야, 너가 가서 공을 건져오면 내가 그걸 팔아줄게. 그걸 판 돈을 우리 나눠 갖자." 이것이 비즈니스가 아닌가 싶다.
다만 특정 회사의 비즈니스를 보려면 그 회사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알아보다 보면 그 회사의 비즈니스적 목표가 별게 아닐 수 있다! 뭐든 상식적인 선으로 끌어내리면 위의 사례처럼 단순해지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러한 단순한 목표에 어떻게 도달하냐는 것.
결국, 종합적으로 보면 인하우스로 일하는 개발자의 가장 큰 덕목은 개발을 레버리지 삼은 비즈니스 맨이 되어야 했다! 개발자가 가진 개발이라는 경험과 수단을 바탕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다 줄 것인가. 혹은 어떻게 병목을 해소하여 더 빨리 돈을 벌어다 줄 것인가. (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말이다.)
마치며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의 커리어의 가장 큰 목적을 비즈니스 마인드로 생각하려 한다. 그러면 의미가 생기고, 목적이 생기는 기분이다. 단순한 음악 작업을 하더라도,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결국 그것이 마지막 남은 임팩트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