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세상에는 짧은 호흡의 참새와 긴 호흡의 알바트로스가 있다. 참새는 오늘의 알고리즘을 이기고, 알바트로스는 10년 뒤에도 남을 것을 만든다."
당신은 이기고 있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지고 있다.
목청을 높여 상대를 눌렀다고 믿는 순간, 당신은 참새가 된다. 오늘의 다툼은 이겼지만 10년 뒤에 남는 건 없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의 호흡이 짧아졌다. 짧아진 호흡은 이렇게 드러난다.
- 예전 같으면 별것 아니었던 것에 목청을 높인다.
- 정당한 비판과 비평을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 외적인 다양성은 존중하면서, 생각의 다양성은 견디지 못한다.
세 가지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상생도 협업도 아닌, 그때그때의 붉으락푸르락.
그리고 짧은 호흡은 반드시 한 곳으로 흐른다. 비방 경쟁이다.
호흡이 짧아지면, 비방 경쟁이 된다
한 장면을 떠올려보라.
- 같은 직장의 두 동료가 있다. 원래는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였다.
- 그중 한 명이 다른 노선을 탄다.
- 남은 한 명은 그 사람을 향해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시작한다.
- 모든 것에 비방을 붙이고, 짧은 호흡으로 감정적 공격을 몰아친다.
"키보드 소리가 너무 난다." "우리는 이만큼 했는데, 당신은 그동안 뭐 했소?"
팩트가 아니라 감정이다. 비판이 아니라 비방이다. 이런 말이 반복되는 상황, 그게 비방 경쟁이다.
비방 경쟁은 앞뒤 맥락을 지운다. 지금 이 순간 우위를 선점하려는 짧은 생각이 만들어내는, 아주 우스운 경쟁 구도다.
정작 비방을 당하는 사람은 아무 타격도 없는데 말이다.
짧은 호흡의 끝, 긴 호흡의 끝
짧은 호흡이 늘 나쁜 건 아니다. 일정을 빠르게 맞춰야 할 때, 메신저에서 단답을 던져야 할 때, 짧은 호흡은 쓸모 있는 도구다.
문제는 그 도구를 무기로 바꿔 휘두를 때다. 특히 상대가 긴 호흡을 가진 사람일 때.
긴 호흡을 가진 사람은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를 먼저 읽는다.
"이 사람이 왜 이러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사건의 경위를 되짚고, 해결안까지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그러고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 비방 경쟁을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 대 사람의 이해관계가 이미 무너졌다는 신호다.
- 그 싸움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건, 불을 끄겠다고 이불을 안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짓이다.
- 이건 싸움으로 풀 일이 아니다. 전혀 다른 로드맵을 그린다.
- 그리고 싸움에 휘말리지 않은 채,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비방 경쟁의 사각지대는 하나다. 컨텍스트의 부재.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단어 하나에 수많은 맥락을 얹을 수 있고, 모든 관계는 전후 상황을 품는다. 그 전후를 지운 말은 아무리 옳아도 당신을 옮기지 못한다.
짧은 호흡으로 쏟아내는 말들이 전부 틀렸다는 게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는 맞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옳고 그름을 붙잡고 싸우는 대신 훨씬 더 진취적인 해결안을 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여론전으로 끌려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긴 호흡을 가진 사람은 좀처럼 끝을 내지 않는다.
끝내지 않는 것. 그것이 짧은 호흡을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잔인한 무기다.
Fight Club에서 찾는 긴 호흡의 끝
진짜 권력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 데서 나온다. 위축되지도, 맞서 싸우지도 않는다. 그 감정 게임 자체에 들어가지 않는다. 가장 강한 사람은 상대를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만든 규칙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다.
전에 영화 Fight Club을 같은 시선으로 뜯어본 적이 있다.

건물주 루는 힘의 논리라는 단순한 무기로 타일러를 제압하려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상가 타일러는 그 게임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긴 호흡으로 상대를 물러나게 만든다.
극단적인 예시다. 현실에서 당신을 파괴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을, 체계를 쓰면 되니까.
짧은 호흡을 가진 사람은 알고리즘을 타려고 안간힘을 쓴다. 긴 호흡을 가진 사람은 알고리즘의 뒷면을 읽는다.
그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이제 당신 차례다
지금 당신을 흔드는 비방 경쟁이 있다면, 물어보라.
그 싸움에 뛰어들어 오늘의 알고리즘을 이길 것인가. 아니면 끝내지 않은 채, 10년 뒤에도 남을 당신의 것을 만들 것인가.
참새로 이길 것인가, 알바트로스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