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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 Mind

당신은 조용한 데서도 시끄러운 데서도 같은 것을 찾고 있다

진열대에 늘어선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들
Photo: Gustavo Alejandro Espinosa Reyes · Unsplash

좋은 BGM의 조건은 하나다 — 그게 흐르는 동안 지금 이 장면이 진짜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 당신은 그걸 조용한 데서도 시끄러운 데서도 똑같이 찾고 있다. 방향만 다를 뿐, 매번 같은 곳에 도착한다.

By @coldsurf2026.07.05Mind Magazine@coldsurf사람이 직접 쓴 글

당신의 삶에도 BGM이 흐른다. 인식하든 못 하든.

삶을 하나의 긴 영상이라고 치면, 매 장면 뒤에는 소리가 깔려 있다. 화면 앞으로 나서지 않아 평소엔 안 들린다. 그러다 사라지는 순간 알게 된다. 그게 장면을 장면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대부분이 놓치는 게 하나 있다. 당신이 침묵에서 찾는 것과 굉음에서 찾는 것은 같다. 방향만 반대일 뿐.

무슨 말인지, 내 트랙들로 증명해 보이겠다.

조용한 트랙

일요일 아침 미사의 BGM은 침묵에 가깝다. 오르간이 울리기 직전의 정적, 강론이 잠깐 멈추는 순간. 신앙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소리가 아니라 여백이다.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데 가득 차 있는 시간.

산도 똑같다. 등산의 BGM은 바람과 숨소리뿐. 이어폰을 굳이 안 끼게 되는 유일한 순간이다. 정상 근처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미사의 여백과 같은 결이 온다. 몸을 써서 도달하는 침묵.

빼기로 도달하는 감각. 반대편도 있다.

시끄러운 트랙

나는 시끄러운 트랙도 똑같이 사랑한다. 모순 같지만, 나한테는 하나다.

Billy Corgan의 기타가 벽처럼 쌓이는 순간. 메탈의 저음이 명치를 때리는 순간. Yungblud가 무대에서 자기를 다 태우는 순간. 이것도 결국 "완전히 살아있다"는 감각을 찾는 거다.

미사의 침묵이 그걸 빼기로 찾는다면, 라이브 음악은 더하기로 찾는다. 방향만 반대일 뿐 목적지가 같다.

기타를 잡을 때 제일 선명해진다. 코드 하나를 제대로 눌러 그 울림이 몸통을 통과하면, 조용한 트랙과 시끄러운 트랙이 그 여섯 줄 위에서 만난다.

라이브 트랙

축구는 관중이 BGM이다. Gamst 형이 골 장면에 지르는 절규가 경기 그 자체보다 더 축구답다. 함성, 슛이 골대를 스치는 짧은 정적, 그리고 폭발.

라이브 음악과 완전히 같은 구조다. 기대 → 정적 → 카타르시스.

그래서 축구도 라이브 음악도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녹화로는 절반만 온다. 당신이 미뤄둔 그 공연, 그 경기 — 절반짜리로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흐르는 트랙

밴을 몰고 떠날 때의 BGM은 특별하다. 창밖 풍경이 바뀌는 속도에 맞춰 음악이 흐른다. 여행의 BGM은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이동 그 자체다. 목적지보다 그 사이의 시간이 진짜다.

밥도 BGM이 있다. 잘 차려진 한 끼는 그날의 리듬을 정리한다. 게임을 켜는 저녁은 하루의 텐션을 푸는 아웃트로. 영상을 틀어놓고 낄낄대는 밤은, 딱히 중요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필러 트랙이다.

전부 다 트랙이다. 사소한 것까지. 당신이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실 당신 믹스의 절반이다.

노이즈 트랙

정치는 제일 다루기 까다로운 BGM이다. 끄고 싶어도 완전히 안 꺼지는 저주파 노이즈. 무시하면 편하지만 무시한 대가는 언젠가 청구된다.

그래서 볼륨을 0으로 두진 않되, 다른 트랙을 다 덮게 두지도 않는다. 배경으로만 두는 연습.

당신의 믹스에서 이 노이즈는 지금 몇 데시벨인가. 배경인가, 아니면 이미 모든 트랙을 덮었나.

믹스

결국 이 전부가 한 사람의 믹스 테이프다. 미사의 침묵과 메탈의 굉음, 산의 바람과 경기장의 함성, 밴의 엔진음과 기타의 잔향. 안 어울려 보이는 트랙들인데, 한 사람 안에서는 다 이어진다.

좋은 BGM의 조건은 하나다. 그게 흐르는 동안, 지금 이 장면이 진짜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

당신이 그걸 조용한 데서 찾든 시끄러운 데서 찾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지금 당신 삶에 깔린 트랙이, 이 장면을 진짜로 만들고 있느냐다.

오늘 당신의 BGM은 무엇이었나. 그건 이 장면을 진짜로 만들었나, 아니면 그냥 소음을 채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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