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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 Mind

당신은 안 갚아도 되는 빚을 갚느라, 진짜 빚을 못 갚고 있다

창가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빈 의자
Photo: Simon Maage · Unsplash

부모에게 진 빚은 계좌로 갚히지 않는다. 대화로만 갚힌다.

By @coldsurf2026.07.04Mind Magazine@coldsurf사람이 직접 쓴 글

당신은 매달 용돈을 보내면서 빚을 갚고 있다고 믿는다. 착각이다.

세상엔 두 종류의 빚이 있다. 갚을 가치가 있는 빚, 그리고 안 갚아도 되는 빚. 후자는 속이 보이는 조건적 선의가 만든 빚이다. 전자는 무조건적 사랑이 만든 빚이다. 이 둘을 구분 못 하면 평생 엉뚱한 걸 갚는다.

무조건적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는 부모뿐이다.

이 빚에는 청구서가 없다. 계약서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이 빚을 돈으로 갚으려 든다. 좋은 직장, 결혼, 명절 봉투. 편해서다. 계산이 끝나니까. 감정을 안 써도 되니까.

돈으로 갚으려는 사람은 결국 평생 갚는다. 대화로 갚는 사람만 빚에서 놓여난다.

나도 한때 그 착각 안에 있었다. 어렸을 땐 부모의 마음이 안 보였다. 여유가 좀 생기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 퇴근 후 어머니와 나누는 실없는 대화, 아버지와 나누는 세상 사는 이야기. 그게 진짜 상환이었다.

사춘기 땐 말이 안 통했다. 지금은 통한다. 그 사이에 있던 건 큰 결심이 아니라 매일 반복한 작은 희생이다. 작은 희생은 쌓이면 이자가 붙는다. 어느 날 보면 큰 힘이 되어 있다.

부모에게 이만한 선물은 없다. 자식의 말귀를 알아듣는 것, 그리고 진짜로 통하는 것.

부모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것, 돈과 명예를 쥐어주는 일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 대화하는 일이다.

당신은 이번 주, 부모에게 돈을 보냈나. 아니면 전화를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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