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안목이라는 사람의 유일한 해자 (Moat)
최근 들어 AI를 이길 유일한 사람의 해자는 Taste, 즉 한국말로 표현하면 안목이라고 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Julie Zhuo의 「When AI Has Better Taste Than You」처럼 "AI가 웬만한 실행의 비용을 0에 수렴시켰기 때문에, 남는 유일한 경쟁우위는 안목"이라는 주장이 한쪽에 있는가 하면, 반대로 「Taste is Not a Moat」처럼 "안목은 해자가 아니라 알파(alpha)에 가깝다 — AI의 기본 출력이 알아서 좋아질수록 그 가치는 상대적으로 깎인다"는 반론도 함께 나오고 있지요. Taste를 그냥 번역하면 취향이라는 말이 되긴 합니다만, 저는 조금 더 의역하여 안목이라는 단어를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때에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아서 미분과 적분에 대해서 사실 잘 모릅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꽤나 학구열이 높은 중학교에서 내신 30% 안에 들 정도로 열심히 공부는 하였으나, 그 후반부에 재미를 잃어 그 후로 쭉 공부를 놓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온 덕분에 미분과 적분에 대한 정성적인 이해는 어느 정도 달성했습니다.
짧게나마 AI와 대화하며 미분과 적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분과 적분은 곧 다시 말하면 동적인 수학이라고 생각하며, 이 동적인 수학이란 예측치를 구하는 공식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AI와 알아가는 미분과 적분은 이 커밋에 남겨두었습니다.
이렇게 미적분부터의 수학 공식으로 시작된 ML → Deep Learning → LLM AI 기술까지 오는 건 인터넷 시대 이후 쌓인 대량의 데이터로 폭발적인 기술적 성장까지 도달했으나, 사람이 그릴 수 있는 맵과 디지털 형태의 공식 기반의 맵은 아직까지 1% 정도의 오차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1%가 안목을 결정하는데, 이는 남은 99%를 뒤집을 만한 크나큰 결정 사항이기에 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수학 공식이 디지털화 되고, 이 디지털화 된 0과 1로 이루어진 사각의 조각조각들이 아직까지 사람의 뇌의 자연스러움을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마 이 1%가 완성되는 순간, 혹은 이미 완성은 되었지만 수많은 파장을 예상해 공개하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다시 말해 이 1%가 시중에 배포되는 순간 인간의 유일한 해자인 안목까지 AI에게 위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0과 1은 사람의 뇌의 곡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최근들어 AGI에 대한 관심도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1X Technologies라는 회사에서 가사를 대신하는 용도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NEO라는 로봇인데, 2025년 10월부터 프리오더를 받고 있고 가격은 일시불 2만 달러 혹은 월 499달러 구독, 미국 배송은 2026년부터 시작됩니다.
마케팅에서도 느껴지듯이 NEO는 인간친화적인 로봇의 이미지로 대두됩니다. 사람의 조수 역할로서 느껴지도록 사람과 비슷한 신체 구조를 가졌지만, 우리가 영화에서 본 그대로 로봇의 면모도 또한 가지고 있지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정말 로보틱스의 기술은 엄청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사람의 신경과 근육을 본떠 만든 로봇의 팔과 손은 섬세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찜찜한 것은 이 로봇의 전체적인 수행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Her에서 나오는 정도의 수준으로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그것이 다른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위협감은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술의 속도는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로 급속도로 발전해 왔습니다만, 과연 이 1%의 차이, 즉 자연에서 탄생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과 판단 능력 그리고 취향 혹은 안목까지 수학으로 대체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은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할 수도 있지요.
문제는 취향이 아니다
글을 쓰다 보니, 문제는 사람의 취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상에서 보듯이 중국에서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크 팩토리는 말 그대로 어두운 공장인데요, 사람의 개입 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조명을 켤 필요가 없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샤오미가 2024년 7월 베이징 창핑에 가동한 스마트 공장으로, 자동화율 81%로 24시간 돌아가며 연간 스마트폰 1,000만 대를 찍어냅니다(감독·유지보수 등 일부 공정엔 여전히 사람이 붙기에 완전 무인은 아닙니다). 결국, 의미론적으로 하찮은 일들은 AI와 기계에게 위임하고 더 상위의 일들은 인간이 차지한다라는 계급론적 관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중세시대의 귀족과 봉건제도의 하위계층이 인간이었다면, 현대 기술시대의 귀족과 봉건제도의 하위계층은 AI와 로봇이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AI에게 안목을 준다는 것
개발자로서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을 하다 보면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AI가 작성한 코드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프로덕트의 결과물이 뭔가 내 취향이나 안목에 많이 어긋날 때가 있기 때문이지요. 혹자는 문제는 loop engineering이라고 주장하며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나 루프를 여러 번 돌리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 목적이 생산성이라면 또 달라질 수 있겠지요.
가장 간단하게는 AGENTS.md나 CLAUDE.md 파일에 코드에 대한 안목 가이드라인을 넣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도 결국 사람을 대체할 만한 안목을 가진 모델이 나오면 큰 의미가 없어지겠지만요.
안목은 의미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수준의 가공된 데이터. 즉,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단위의 데이터가 쌓여서 도출된 결과가 안목이지요. 그 외의 너무 raw한 데이터는 안목이라기 보다는 안목을 구성할 수 있는 재료라고 느껴집니다.
과연 AI는 어디까지 성장할 것이며, 유일한 해자라고 일컫는 Taste, 즉 사람의 안목까지도 대체될 수 있을지, 혹은 그것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천재성이기 때문에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을 가진 세상이 펼쳐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다만,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올려진 바닥에서 안목이라는 해자마저 없다면 AI에게 대체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덧붙임. 이 글은 개인적인 사유와 생각을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본문에 인용한 사실·수치(NEO의 가격과 출시 시점, 샤오미 공장의 자동화율 등)는 작성 시점의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최대한 교차검증했지만,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판단에는 링크로 걸어둔 원 출처를 직접 확인해 주시고, 오류를 발견하시면 알려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