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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Analytics
Korean
Written by Paul
December 6, 2025
서비스 (service), 애매하고도 애매한서비스, 띵? 스윽!유저 행동 비용을 낮춘다는 것서비스 기획의 본질: 대신 먼저 움직여주기아이디어라는 유토피아의 함정잘못된 분석과 예측에 대한 실제 예시함정 1. “대학 축제”라는 장소함정 2. “무료”라는 조건함정 3. MVP 단계에서 결제를 붙인다정리: 아이디어는 유토피아, 근거가 현실분석할 수 있는 툴은 많다마무리하며
Part 2로 다시 인사드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발이 아닌, “운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과연 “서비스”를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을까요?
게임은 서비스가 아니고, 소셜 네트워킹 앱만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이벤트 정보만 모아둔 단순 조회형 앱은 서비스의 영역 밖이라고 느끼시나요?
저는 이 지점을 조금 다르게 봅니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앱, 특정 기능만 제공하는 앱, 혹은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된 유틸성 앱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서비스라면, 반드시 운영과 유지라는 개념이 뒤따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앱을 계속해서 존재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서비스 (service), 애매하고도 애매한
네이버 사전에서 service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service
- 명사 (공공) 서비스, 서비스 체제
- 명사 대중을 위한 제공 기관·사업
- 동사 (차량·기계 등을) 점검하다
- 동사 (서비스를) 제공하다(=serve)
이 중 이번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관점은 4번, “무언가를 제공한다”에 가깝습니다.
서비스란 결국 사용자가 스스로 하기 번거롭거나, 더 잘 해주었으면 하는 기능·경험을 대신 제공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 스트리밍 앱도 서비스이고, 영상 플랫폼도 서비스이며, 계산기 앱이나 커피 주문 앱 역시 모두 서비스입니다. IT 프로덕트라는 영역 안에서 “서비스가 아닌 것”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정도이지요.
범위가 이렇게 넓다 보니, 그만큼 음의 영역도 존재합니다.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유사한 기능이 반복되고, 사용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자극적 기능들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결국 서비스란 무엇이 더 많은 기능을 탑재했느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가치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다층적인 “서비스” 개념 속에서,
어떻게 방향을 잡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시장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서비스, 띵? 스윽!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서비스”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스윽.”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사용자의 앞에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것.
조금 풀어보면, 좋은 서비스란 스스로를 과장하거나 끼워 맞추지 않고
- 사용자가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것(들이밀기)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나쁜 서비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능은 잔뜩 들어 있지만, 왜 여기 있는지,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사용자는 혼란을 느끼고, 시장에서는 쉽게 “비슷한 앱 중 하나”로 분류되며 리텐션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좋은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행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서비스가 먼저 한 발 “스윽” 다가가고, 유저는 부담 없이 반응합니다.
유저 행동 비용을 낮춘다는 것
대부분의 유저는 능동적 행동에 높은 비용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 좋아요를 누르려는데 로그인 절차가 튀어오른다면
- 이모지 하나 남기려는데 프로필 설정까지 요구한다면
유저는 금세 멈추고, 앱을 닫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물론 서비스 유지에 있어 가입자 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러나 강제된 진입 장벽은 경험을 해치고 이탈을 부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획이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서비스 기획의 본질: 대신 먼저 움직여주기
기획이란 기능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용자가 비용을 느끼지 않도록 서비스가 먼저 움직이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 “어떻게 하면 유저가 부담 없이 행동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같은 행동이어도 더 가볍게 느껴지게 할까?”
- “어떻게 하면 서비스와 사용자 둘 다 이득이 되는 구조가 될까?”
이 질문에서부터 운영이 시작됩니다.
UI, 인터랙션, 온보딩, 그 모든 결정이 사실상 이 질문의 연장선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뛰어난 PM/PO와 함께하려 하는 것이겠지요.
운영은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 사용자에게 닿도록 조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라는 유토피아의 함정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저에게 좋은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기획을 합니다.
그런데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 기획, 지금 내 머릿속에서만 잘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일상에서도 늘 예측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처음 가본 카페에서 어떤 메뉴를 고를지, 버스를 탔을 때 어디에 앉는 것이 좋을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늘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 가늠하죠.
서비스 운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기능이 유저를 사로잡을지, 어떤 테마와 산업군에 집중해야 할지, 결국은 예측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 예측이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로그와 데이터, 그리고 그에 기반한 행동 패턴 분석입니다.
감에만 의존한 기획은 냉정하게 말해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 나아가 PMF(Product Market Fit)에 도달하는 서비스는
감(아이디어) 위에 분석과 근거를 단단하게 쌓아 올립니다.
잘못된 분석과 예측에 대한 실제 예시
다음과 같은 상황을 한 번 가정해보겠습니다.
- 창업팀 A는 대학 축제에서 오프라인 부스를 열고, 자사의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하게 했다.
-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어떻게 하면 구독할 수 있나요?”, “더 써보고 싶어요” 같은 피드백도 종종 나왔다.
- 창업팀 A는 이 반응에 확신을 얻고, 인앱 결제/구독 결제 인프라까지 포함된 MVP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겉으로 보면 꽤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겹의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함정 1. “대학 축제”라는 장소
오프라인에서 반응을 볼 때, 환경과 분위기가 결과의 9할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 만약 그 장소가 20대 초반의 디지털 네이티브가 몰려 있는, ‘실험적인 것에 관대하고 반응이 빠른’ 대학 축제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 혹은, 축제라는 비일상적 분위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오프라인에서의 “좋은 느낌”은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실제 웹/앱 서비스의 지표로 직결되는 ‘근거 데이터’로 삼기에는 매우 위험합니다.
함정 2. “무료”라는 조건
사람들은 무료 체험을 좋아합니다.
마트의 시식 코너가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와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큰 함정이 있습니다.
- 그 음식 자체에 진짜 관심이 있어서 온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 그냥 배고파서, 지나가다 한 조각 먹으려고 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 축제 부스도 마찬가지입니다.
- “재밌어 보이니까 한 번 써볼게요”
- “무료라니까 한 번 눌러볼게요”
이 정도의 참여는 “시선 확보”의 지표일 수는 있지만,
실제 유료 전환이나 지속 사용을 보장해주는 지표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오프라인 무료 체험의 피드백만으로
BM(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거나, 결제 시스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함정 3. MVP 단계에서 결제를 붙인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MVP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혹시, 끝나지 않는 MVP를 만들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MVP는 반드시 간결해야 합니다.
어디선가는 분명히 “덜어내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뭔가를 더 붙입니다.
“이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저것도 있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 같고…”
이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목적의식이 흐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MVP를 왜 만드는가?”
MVP는 처음부터 돈 벌려고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 유저의 반응을 보고
- 피드백을 얻고
- 다시 고치고
- 또 배포하면서
이 반복 과정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결제 인프라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 개발 공수와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 잘 안 되었을 때 회수해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커집니다.
명확한 설득력과 데이터 기반 근거 없이,
서비스 초기에 결제를 붙이는 것은 거의 항상 손해 보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정리: 아이디어는 유토피아, 근거가 현실
결국 이 예시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핵심은 하나입니다.
“명확한 설득력을 가진 근거를 찾기 전까지는, 우리는 MVP 단계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상식선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설득력은 감(아이디어)가 아니라, 분석과 데이터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는 중요합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세상은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길 근거와 구조가 부족해서 실패합니다.
아이디어는 종종 유토피아처럼 느껴집니다.
완벽하고 낭만적이고, 머릿속에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갑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아이디어는
결국 사람들을 유토피아의 꿈속에만 가두고,
현실에서는 허상과 망상에 더 가깝게 만듭니다.
초기 투자까지 받았는데도
- 핵심이 아닌 기능에 집착하거나
- 보여주기식 개발에 시간을 쓰고
- 결국 돈과 시간을 소진한 뒤 쓸쓸히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가치가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끌어내릴 수 있는 충분한 분석과 근거,
그 위에 쌓인 실행만이 진짜 가치를 만듭니다.
분석할 수 있는 툴은 많다
명확한 지표를 수집하기 위해 복잡한 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초기 단계라면 Firebase나 Google Analytics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먼저 기능을 릴리즈하고, 주요 CTA 버튼에 로그를 심어보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는 빠르게 수집됩니다.
좋은 낚시터를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낚싯대를 드리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맛이 온다면, 낚시꾼은 본능적으로 판단합니다.
“아, 오늘은 잘 잡히겠구나.”
서비스도 같습니다.
이 “본능적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다른 말로 상식선에서 누구든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설득력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로그와 분석, 피드백 기반의 반복(iteration)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 어떤 페이지 방문 수가 가장 높았는지
- 어느 버튼에서 가장 많이 이탈했는지
- 어떤 기능에서 사용자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지
이 정도만으로도 다음 로드맵의 방향성을 잡는 데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리텐션(retention)입니다.
초기 리텐션이 높다는 것은
유저가 단순 방문을 넘어서 반복적 사용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초기 리텐션이 높다 →
PMF(Product Market Fit)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 리텐션이 특정 기능에 몰린다 →
해당 기능이 핵심 가치일 수 있다
즉, 단순히 유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유저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해야 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이러한 반복적 분석을 통해
“아, 이 기능은 확실히 먹힌다”라는 감각이 상식적인 객관성을 얻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근거가 확보되었다면, 이제 실행만 남았습니다.
마무리하며
결국 이번 글에서 전하고 싶은 핵심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이디어는 시작일 뿐, 검증되기 전까지는 가치가 아닙니다.
MVP에 집착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시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세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차근히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 없는 기획만으로는 IR 단계에서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은 반드시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 본인 생각이 아닌가요? 저는 납득이 안 되는데, 근거가 될 지표가 있나요?”
이 질문 앞에서 준비되지 않았다면, 대화는 거기서 끝나게 됩니다.
아이디어를 감정의 영역이 아닌 상식의 영역까지 끌어내리는 연습,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까지 검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 이전에 조급하게 창업이나 BM 설계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쌓고, 다시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더 이야기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