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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F
#Iceberg
Korean
Written by Paul
December 6, 2025
프로덕트의 본질 1: 본능적으로 죄를 저지르게 하라욕망은 설계 대상이다Reid Hoffman이 말한 것처럼결론: 죄악이 아닌 ‘인간적 욕망’을 정교하게 다루기프로덕트의 본질 2: 계몽하지 마라유저는 가정이 아니라 실체다계몽형 서비스의 위험성설계의 원칙프로덕트의 본질 3: 유려한 사용성, 그리고 icebergIceberg 하단의 필수 요소들Iceberg는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Iceberg를 너무 무겁게 쌓는 기업의 결말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Iceberg가 최종적으로 만드는 것마무리하며
이번 편에서는 프로덕트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프로덕트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프로덕트들이 공유하는 공통된 특성은 무엇일까요?”
저 역시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넷플릭스(Netflix)
- 스포티파이(Spotify)
- 유튜브(Youtube)
사실 저는 앱이나 웹 서비스에 쉽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편임에도,
이 세 가지 서비스만큼은 꾸준히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일상성과 가치가 명확한 프로덕트라는 뜻이겠지요.
여기에 더해 Airbnb, 다른 분야에서는 Pinterest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선호 프로덕트입니다.
그럼 이 다양한 서비스들이 공유하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목적이 분명한 기획
- 군더더기 없는 사용성
- 사용자가 이득을 체감하는 콘텐츠 구조
-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선악과를 따먹는 인간의 본능을 정확히 자극한다는 점”
이 글에서 이어질 내용은, 퍼블리의 창업자이자
《실패를 통과하는 일》의 저자 박소령 님의 인사이트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정리한 것임을 먼저 밝힙니다.
프로덕트의 본질 1: 본능적으로 죄를 저지르게 하라
다소 자극적인 표현일 수 있으나, 이해를 위해 저는 이 지점을 “죄(본능)”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이 단어가 종교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보다는, 인간이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충동적 욕구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좋은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이야기하는 인간의 7가지 욕망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욕구 | 라틴어 | 의미 |
교만 | superbia | 나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 |
탐욕 | avaritia | 더 많이 얻고 싶은 욕망 |
시기 | invidia | 비교에서 오는 결핍감 |
분노 | ira | 통제되지 않는 감정 방출 |
음욕 | luxuria | 관계·매력에 대한 본능적 끌림 |
탐식 | gula | 끝없이 소비하려는 마음 |
나태 | acedia | 편안함·무저항 상태에 대한 열망 |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프로덕트는 이 욕망 중 하나에 정확히 닿아 있습니다.
- Netflix → 나태(sloth):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몰입과 소비
- Tinder → 음욕(lust): 관계와 매력적 선택에 대한 본능
- Instagram → 교만(pride): 나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 Facebook → 시기(envy):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는 관찰
- Pinterest → 탐식(gluttony): 무한 스크롤 기반 영감 소비
또한 LinkedIn 알림이 울릴 때 손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경험,
카카오톡 알림 하나에도 “혹시 그 사람일까?”라고 생각하며 즉시 화면을 보는 반응.
이 모든 것은 리텐션을 견인하는 인간 심리의 가장 원초적 기제입니다.
욕망은 설계 대상이다
프로덕트가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반복 사용되기 위해서는
본능 → 무의식 → 인식 → 이성이라는 흐름을 밟습니다.
즉, 본능적 끌림이 없다면 이성적 이해로 도달할 수 없고,
이성적 이해까지 가지 못하면 행동(engagement)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좋은 기능”이지만, 속으로는 “끌려서 반복하게 되는 무언가” 이 지점이 프로덕트의 리텐션 구조를 완성합니다.
그래서 때로 창업자들은 “계몽적인 앱”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제품들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본능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고 싶은 의도와
사람이 실제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전혀 다른 레이어에 존재합니다.
Reid Hoffman이 말한 것처럼
링크드인 창업자이자 투자자 Reid Hoffman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 성공하는 프로덕트는 7가지 욕구 중 하나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 예: Facebook은 ego(자기 과시), LinkedIn은 greed(기회 욕망), Zynga는 sloth(놀이/몰입)
그는 이 “greed”를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삶을 개선하고 기회를 확보하려는 가장 건강한 인간적 욕망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본능을 자극하되, 이를 좋은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프로덕트의 건강한 성공 방식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론: 죄악이 아닌 ‘인간적 욕망’을 정교하게 다루기
결국 본질은 단순합니다.
- 프로덕트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 그러나 욕망을 자극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설계가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나태는 안식과 휴식으로,
링크드인의 탐욕은 성장과 기회로,
인스타그램의 교만은 표현과 창작으로 변환될 때
프로덕트는 단순한 중독을 넘어 문화와 습관이 됩니다.
프로덕트의 본질은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이 지속 가능한 가치로 변환되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프로덕트의 본질 2: 계몽하지 마라
앞선 글, Part 2.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에서 다루었듯 서비스란 사용자의 삶 속에서 행동 패턴 위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프로덕트는 사용자의 습관을 교정하거나 바꾸려 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욕구와 흐름 위에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은 창업자가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과도 연결됩니다.
“내 아이디어가 맞고, 사용자는 곧 설득될 것이다.”
이 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아이디어가 유토피아라면, 그 위에서 사용자를 계몽하려는 태도는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에 가깝습니다.
프로덕트는 사용자를 교육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닿아야 하는 도구입니다.
유저는 가정이 아니라 실체다
사용자는 머릿속의 모델링이 아니라 실제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용자 분석”은 책상 앞에서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 보고, 듣고, 사용 패턴을 관찰하는 과정에서만 완성됩니다.
Airbnb의 초기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 호스트는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공간을 안전하게 맡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 그래서 단순 숙박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프로필·사진·평판 기반의 소셜 신뢰 구조가 붙게 되었다.
프로덕트는 사용자의 “본능 + 현실” 속에서 확장된 것이지,
창업자의 이상에서 출발한 채 현실을 교정하려 든 결과가 아닙니다.
계몽형 서비스의 위험성
초기 창업자들이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 “우리가 시장을 바꿔야 해요.”
- “사용자에게 새로운 행동 방식을 가르칠 겁니다.”
그러나 사용자를 설득하고 바꾸는 데는
엄청난 시간, 비용, 브랜딩, 문화적 맥락, 그리고 반복 설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초기 서비스가 이 지점에서 무너집니다.
사용자가 현재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만약 그 계몽에 반응하는 소수가 존재하더라도
그 시장은 매우 작을 가능성이 높고,
더 중요한 건 지속성이 낮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입니다.
설계의 원칙
따라서 프로덕트가 가져야 할 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용자를 바꾸려 하지 말고,
- 사용자가 이미 살아가는 방식에 스며들어야 한다.
계몽이 아니라, 탑승입니다.
지도하려 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흐름에 올라타야 합니다.
그제야 프로덕트는 기능을 넘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된 순간 비로소 시장성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됩니다.
프로덕트의 본질 3: 유려한 사용성, 그리고 iceberg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 중 사용성이 유려한 프로덕트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결과물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아래에는 어마어마한 기술·조직·기획·인프라적 축적이 자리합니다. 즉, 눈에 드러나는 만족감은 보이지 않는 설계의 총합입니다.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Iceberg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Iceberg 하단의 필수 요소들
기본적으로 다음의 축이 존재합니다.
- 기획
- 디자인
- 개발
그리고 실무 레이어로 내려가면,
- 알림 인프라 및 큐 처리
- 사용자 액션 분기 로직
- 트래픽 부하 대응 및 분산 아키텍처
- 에러 모니터링 및 자동 복구 체계
- 로그 기반 사용자 행동 분석
- CDN,캐싱, 레이턴시 최적화
- A/B 실험, 퍼널 분석, 리텐션 지표
등, 셀 수 없이 촘촘한 기반 설계가 프로덕트의 뒷면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결국 유려한 경험은 ‘보이지 않는 수천 개의 선택’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Iceberg는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
초기 프로덕트는 PMF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부수고, 재정비하고, 정규화하는 시간을 거칩니다.
따라서 초기 Iceberg는 이렇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 가볍게 구축하되
- 핵심 도메인만 단단히 유지하고
- 느슨한 결합을 가진 구조로 설계할 것
기획, 디자인, 개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단단하면 부수고 다시 쌓는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너무 느슨하면 방향성을 잃습니다.
핵심 도메인은 붙잡되, 나머지는 부수기 쉬운 구조로.
성장 과정에서 방향 전환(Pivot)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초기 설계에서 인정하는 것이 결국 살아남는 전략입니다.
Iceberg를 너무 무겁게 쌓는 기업의 결말
초기부터 스케일업을 전제하고 Iceberg를 무겁게 쌓아올린 기업은
대개 다음과 같은 흐름을 겪습니다.
- 기능은 많지만 성능이 점점 느려지고
- 초기 유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험으로 떠나며
- 그 이탈률은 다시 개발과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키고
- 조직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보전을 위한 유지 비용에 잠식됩니다.
즉, Iceberg는 실력의 상징이 아니라 부채의 총량이 됩니다.
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CTO, CMO, PO, PM이라는 직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프로덕트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다음을 의미합니다.
- 실무적 역량을 갖추고
- 옳은 의사결정을 돕는 의견을 제시하며
- 제품이 가라앉지 않도록 Iceberg를 균형 있게 세우는 것
좋은 판단, 좋은 구조, 좋은 선택의 축적이
결국 사용성(UX)이라는 최종 경험으로 도달합니다.
Iceberg가 최종적으로 만드는 것
- 빠른 반응 속도 → 리뷰와 만족도 향상
- 안정적 서버 운영 → 보상/사과 공지 없는 자연스러운 신뢰 형성
- 단순하고 매끄러운 퍼널 → 높은 전환률
- 정확한 기능 공급 → 시장 적합성
Iceberg는 잘 쌓으면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구조적 자산이 되고,
잘못 쌓으면 해체 불가능한 기술 부채가 됩니다.
보이지 않는 설계가 결국 사용자의 체감 경험을 만든다. 사용성(UX)은 화면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아래에 존재하는 Iceberg가 얼마나 견고한가로 결정된다.
마무리하며
이 파트까지로, COLDSURF; 1년여의 기록에서 다루고자 했던 이론적 논의는 잠시 마무리하려 합니다.
프로덕트의 본질과 서비스 운영, 그리고 사용성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까지 함께 살펴보며 COLDSURF가 지난 1년 동안 어떤 시선으로 구축되고 유지되어 왔는지 공유드릴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보다 실무적인 관점으로 넘어가, 실제 구축 사례와 기술적 튜토리얼을 준비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다음 기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